기억나니. 나는 술에 취해 떠올렸다. 그 좆됐다는 감각. 아찔함을. '너한테 키스하려고 맘만 먹어도 난, 절벽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것 같아.' 분명 쫙 빼입고 서로 유혹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면 팬티 한 장 덜렁 입고 찬 바람 맞는 연애가 말이야. 정말 이상한 적 없었냐고. 이런게 사랑이지 뭐겠어. 나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민윤기를 연상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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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직감한 것은 등을 돌리고 벽에 이마를 박은 채 잠든 민윤기로부터. 아직 어리고, 감정에 있어 미숙하고, 매정하게 날 등한시하는 나의 애인으로부터. 오늘따라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민윤기는, 아마... 잠들었다. 난 침대 밖으로 반쯤 걸쳐놓은 다리 덕분에 소리 없이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 이제 나는 떠나지만 우리에겐 아주 길고 긴 기다림...
니 방 놔두고 여기서 뭐하냐고. 물론 원하던 방향의 놀람은 아니었지만 조목조목 상황을 설명하는 수 밖엔. 형이랑 한 방 쓰고 한 침대 쓰고 한 욕조 쓰고 싶어서. 예약 취소했어. 이게 왜? 문득 민윤기가 화르륵 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성깔부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덤덤했다. 하던 일을 이어가던 나를 보며, 되받아치는 열기가 없어 잠잠히 멈춰선 민윤기는...
이번 방학에는 뭐 하꺼야? 김태형이 버거를 우물대며 묻고 있었다. 미술학도가 붓은 안 들고 매일 와퍼 들고 깝친다. 산처럼 쌓이는 과제는 끝도 없어 보이더니 어느새 이번 학기 마지막 과제였다. 씨쁠조차 간당간당하던 김태형은 발벗고 도와주는 착한 후배 정국 덕분에 에이쁠급 과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민윤기의 그림자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코피까지 흘려가며 붓...
그렇게 남들보다 훨씬, 배로, 격정적인 사랑을 했던 우리 둘은 그렇게 툭 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허무하지. 짓무른 과일을 아무렇게나 뜯어낸 듯 지저분하게, 우르르 뜯겨나간 감정의 잔 줄기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상처를 최대한 매끈하게 가다듬기에도 바빴다, 우린. 민윤기는 고작 일주일 남은 1학기를 어영부영 귀신 홀린 놈 마냥 교수에게 끌려다니며 보냈다...
형의 주특기. 하나. 술 앞에서 발랄떨기. 둘. 술 들어가면 아기라도 되는 마냥 절실하게 매달리기. 셋. 일어나서 현타 오지게 맞고 착한 짓하기. 가끔의 스페셜 이벤트로 진심 섞인 푸념 늘어놓기까지. 사실 읊어놓고 나면 민폐나 주정인 것들이다. 오늘의 셋은, 숙소 화장실을 죄다 돌아다니며 치약 내용물을 앞으로 쭉 밀어놓기. 오늘의 착한짓은 좀 귀여운 구석이...
#디키합작 원래 들짐승은 거두는 것 아니랬다. 박지민은 무엇의 애완이 되기엔 너무 괴팍했다. 혼자가 편한 독고다이 전에 주변인이 그걸 감당 못하는 편이었다. 저를 감당하다 못해 기어 올라 놀래켜줄 위인이 있다면 그건 키티갱으로써 땡큐였다. 불안. 걱정. 바라던 바였으나 세상은 호락호락했다. 그러나 세상 처음으로 속한 집단이 하필이면 정부 소속의 가이드라면?...
뽀뽀라는 행위가 과연 건강을 무릅쓰는 위험한 행위인가? 나는 생각해본다. 아니다. 그래도 또 생각한다. 역시 아니다. 하지만 자꾸 생각하고 상상하고 싶다. 형과의 뽀뽀를. 좋은 노래를 돌려듣듯 자꾸만 돌려짚고 싶다. xxx으로 내 xx를 xxxx... 좋았던 상상은 구간반복 설정까지 한다. 내가 다람쥐라면 그건 도토리. 자기 전에 떠올리면 강호동 유재석 레...
난 항상 민윤기의 집세를 반쯤 나눠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왜? 너무 자주 와서. 눈감고 침대까지 가라면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수백번이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민윤기는 2년 전까진 그랬다. 평범하디 평범한 그림을 복사하듯 그렸던 복사기. 뭔가 부족한데 그게 꾸준히 부족한. 군바리 시절 선임이 때린 주먹이 어떤 돌파구가 되었던지, 국가가 인정...
그래, 그럴 줄 알았지. 하루 만에 개가 사람이 될 순 없는거야. 눈을 떴을 땐 혼자였다. 이불은 숙취처럼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민윤기가 허물처럼 벗어내고 간 이불을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괜히 발로 푹푹 차봤다. 이 새끼는 남아있는 여운도 없어? 어쩜 이렇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지. 내가 기필코 떨쳐내야만 하는 병마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나 다행인 점...
사랑에 불을 지피는 방법!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아니된다 말리는 것이다. 그것만큼 확실하고 자극적인 방법이 또 없다. 더욱 확실하게 하고 싶으면 돈다발을 건네주면 된다. 더불어 얼음물 담긴 컵을 소품으로 적극 활용한다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신 남의 애인, 예쁜 얼굴 상처나지 않도록 융통성 있게 던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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